로고

꿈과 괴리된 현실 보여준 영화. 불후의 명작

미디어리포트 | 기사입력 2017/04/13 [11:16]

꿈과 괴리된 현실 보여준 영화. 불후의 명작

미디어리포트 | 입력 : 2017/04/13 [11:16]
'난생처음 가본 팬카페 정모' 불후의 명작 속 한 여배우의 팬이 되다

영화 <불후의 명작>은 우울한 감독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메이저 영화감독이라는 큰 꿈을 꾸고 있으나 현실은 에로 영화를 촬영하는 감독. 자신의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괴리된 상황. 그 속에서 방황하는 한 남자. 영화 초반 나는 그에게 동화되어 나의 시선이 집중됐다.

초라해 보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꾸는 감독 김인기(박중훈 분)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게 영화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일단 그 영화도 좋았다. 배우 박중훈의 감독역할에 청춘의 나이인 나는 감정이입이 완전 돼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꿈을 쫓아가지만 현실은 남루한 청춘들의 모습 같았다고나 할까?

<불후의 명작> 다시 볼수록 보이던 극중 소외된 그들



ⓒ시네마서비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를 자꾸 보다 보니 그보다 눈에 자꾸 걸리는 배우가 있었다. 극 중 감독의 역할보다 더욱 안타까운 영화 속 배우들. 감독 인기가 제작하는 그의 에로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그 배우들 속의 한 여배우.

자신의 처지에 방황하며 고뇌하는 감독. 그런 김 감독에게 잘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그들. 코믹한 설정이었지만 난 그저 코믹하지만은 않았다.

영화 속 그들은 어쩌면 인기(박중훈 분)처럼 고뇌와 방황할 틈도 없어 보였다. 자신의 삶은 그저 생계며 수단이고 꿈은 있지만 정말 요원해 보이는 그들. 자신의 존재감을 자신을 나약하게 생각하며 감독에 대한 마음을 접는 극 중 진희(김여랑 분)역. 그런 그녀에게 점차 더 감정이입이 돼 버렸다.

사실 오래된 영화라 그 전체 내용이 정확히 다 기억나지는 않는다. 대략적인 그 내용. 그 속에서 빛난 박중훈과 더불어 너무도 청순하게 아름다웠던 송윤아. 그리고 영화 속 처량한 처지가 더 몰입하게 하여 나를 잠시 '덕후'로 만든 배우 김여랑. 그렇게 나는 영화 속 에로배우로 분한 애로사항(?) 많은 배우 김여랑에 꽂혔다.

그 영화 속 진희(김여랑 분)는 술에 취해 현실을 버거워하면서도 자신의 꿈과 자신의 사랑을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려움과 사랑을 갈구하는 눈망울로 김 감독을 쳐다보며 마지막 돌아서는 순간. 그 시점은 20대의 나에게는 현실의 벽에 막혀 사랑을 포기하는 수많은 젊은이의 모습이 투영되기조차 했다.

그 여배우는 비록 작은 역할이었지만 나는 그 영화 속 상황에 몰입하여 꽂히게 됐다. 그 여배우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서 나는 그 당시 유행이었던 다음카페를 검색했다. 그 당시 폭발적 유행을 하던 다행히 팬카페가 개설돼있었다. 엄청난 인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팬카페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기뻤다.

영화로 인해 돌변한 나... '덕질' 시작



사진 배우 김여랑

카페 가입 뒤 내가 그 정도로 변할 줄 몰랐다. 그저 삶에 지쳐 직장의 매인 나에겐 한 줄기 빛과도 같았을까? 카페 가입을 하자마자 그날부터 '덕질'이 시작됐다. 매일같이 댓글을 올리고, 관련 기사를 퍼 나르는 등 정말 덕후같이 살았다. 연애편지도 잘 안 쓰던 내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나조차도 신기했다.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덕후질은 그저 부담이 아닌 활력이었다.

카페에 배우 김여랑의 사진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았다. 그 당시 유행하던 태그 등을 섞어 음악과 글이 나오는 요상한 플래시 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다들 찬양했다. 우상숭배 하듯 카페 분위기가 점점 붐 업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운영자의 공지. 단체채팅방에 배우 김여랑씨가 오신다는 예고. 그저 예고였을 뿐인데 나는 심장이 콩닥콩닥 사정없이 뛰기 시작했다.

'두~둥~~.'

기대하던 그 날 드디어 그녀가 입장했다. '헐~ 대박'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나도 믿기지 않았다. 내가 여배우와 채팅을 한다니. 물론 단체 채팅이었지만 그 당시 20대의 나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팬이란 이런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 표현이었던 것일까? 우리는 서로 질세라 찬양경쟁이 뜨거워졌다. 극찬과 화답이 연이었다. 왜 콘서트에서 소녀 팬들이 비명을 지르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숭배 같은 극찬 의식을 이어갔다. 그런 몇 번의 단체채팅방의 화사한 분위기 뒤에 어느 날. 카페운영자의 또 다른 예고. 정모를 한번 추진해보면 어떨지 회원들의 의사를 타진했다.

"오케이~~요~~."

난 당연히 외쳤다. 나뿐만 아니라 카페회원들이 동조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날 바로 정모날짜를 확정했다. 장소는 홍대. 우리는 배우 김여랑씨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게 됐다.

'소탈'했던 배우와 '심쿵'했던 정모



정모 날. 난 그날 태어나서 처음 홍대를 처음 가봤다. 길을 못 찾아 헤매는 나를 카페에서 친해진 분이 직접 찾으러 나와 주셨다. 그렇게 평소 서로를 챙기던 카페회원들과 오프라인에서 인사를 나눴다.

실제 본 배우 김여랑씨는 소탈했다. 권위의식 없이 털털하고 편하게 대해줬다. 마치 오래 알던 친구 같았다. 그녀가 구심점이 되어서였을까? 그날 팬카페 회원들은 정말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순식간에 친해졌다. 그날 밤 다시 못 만날 사람처럼 웃고 떠들고 이야기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 1/N을 위해 우리는 회비를 걷었다. 그런데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1차 삼겹살집 모임을 배우 김여랑씨가 계산했다. 하지만 그날 팬들이 선망하던 여배우의 사인은 고깃집 사장님만 받은 셈이 됐다.

"다음에 만나면 꼭 사인해줄게요."

수도권에 살던 나는 막차 시간이 다가오자 경황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초조해서 싸인 받을 준비도 정신도 없었다. 그러다 "다음에 만나면 꼭 사인해주겠다"는 배우 김여랑씨의 말을 듣고 막차 시간 때문에 급하게 택시를 탔다.

그 사인은 결국 받지 못했다. 삶의 지키지 못하는 약속이 다 그러하듯 나도 안타까운 약속으로만 남았다. 그 이후 카페운영자의 입대와 다시 참가하지 못했던 정모로 인해 결국 나는 사인을 받지 못했다. 그 후 다시 싸인 받을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나도 영화 속 진희(김여랑 분)와 김인기(박중훈 분) 감독처럼 나 자신의 삶에 치어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마도 극 중 진희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뒤돌아서는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시절들이었기에.

퍽퍽한 청춘의 시절 나를 잠시나마 정신 나간 행복한 덕후로 만든 여배우와 그 영화.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여배우와 그 팬카페 친구들.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 나와 그날의 팬들은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려 그 당시의 반가움과 설렘을 담아 안부를 전한다.

"잘 지내고 있나요? 늘 응원합니다. 근데 참 사인 언젠가는 꼭 해주실 거죠?"

에도 송고됩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사담:사는이야기담기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