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밥 한끼가 그려낸 삶의 무게와 기억. 도서 ‘밥을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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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무심했던 일상의 밥 한끼. 그 속에 담긴 삶의 기억과 그 속의 이야기 담은 김혜경 여사의 책 ‘밥을 지어요’

음식은 기억을 담는다. 맛보다 더 소중한 기억을 남긴다. 우리가 그토록 잊고 지내던 시간의 기억. 그 음식은 간절히 우리를 지나간 시간으로 이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인 김혜경 여사. 그녀의 책 ‘밥을 지어요’는 단순한 요리레시피를 담은 요리책이 아니다. 그간 자신의 삶을 살아오며 자신의 바로 옆에서 함께 살아온 가족들과의 음식을 나눈 기억이고 그들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 요리 레시피 속 자신의 밥 한끼와 지나온 시간을 통해 우리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기게 한다.

이 책이 담은 시간은 그녀 혼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과 자신의 남편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과 ‘밥 한끼’와 함께 보내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정갈한 한끼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밥은 지으면 지을수록 까다롭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메인 요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밥 짓기 같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내공이 많이 필요해 밥을 보면 요리 실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책의 서두 1장에서는 “재료준비는 요리의 시작”이라며 2장에서는 “지을수록 까다로운 밥”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롯이 요리를 위한 책으로 출발한 듯 보이나 그 과정은 자신의 요리와 관련된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담았다.

이 책이 설명하는 밥은 우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일상의 밥을 담은 이야기 위에 김혜경 여사의 삶의 이야기가 마치 메인 요리의 서브 레시피처럼 덤으로 담겨있다.

책 중간중간 요리의 내용과 비주얼에 눈이 크게 떠지게도 하고 ‘가벼운 무게의 밥이 이렇게 무거운 우리의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근본이었나’라며 자신의 삶까지 반추하게 만든다.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밥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 이 책. 이 책에 담긴 요리와 일상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얼굴로 가벼운 유머와 저자 김혜경 여사의 삶의 이야기로 무겁지 않게 삶을 웃어넘긴다.

책이 들려주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밥 한끼

그녀는 가족과 아이들 자신의 추억을 회상하며 주방기구마다 담긴 사연들을 소환한다. 자신의 시어머니가 사준 국자 하나에도 감사함과 애틋함을 담아낸다. 사람들이 늘 간과하던 가벼운 집밥의 무게가 이렇게 다른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던 중 그녀가 자신의 책속에 환원시킨 이재명 시장의 일기장의 한 대목은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자신의 시 어머니가 소중한 국자 하나를 사주던 그 재래시장. 그곳에서 어린 시절 청소부였던 아버지의 리어카를 밀다 남몰래 좋아하던 새하얀 교복을 입은 소녀와 눈이 마주친 어린 소년공의 아픈 기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자신의 모습에 대한 창피함. 그녀는 책속에서 그 작은 꼬마를 오롯히 안아준다. 그 꼬마를 품어준 그 수많은 요리와 이야기들. 그 속에서 그녀는 장을 보며 집 떠난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화전을 부친다. 그 시간속에서 자신의 남편의 어린 시절의 하늘을 떠올린다. 그런 삶에서 탈출하고 싶었을 자신의 남편을 회상한다.

“2002년 남편이 수배, 구속되었다. 부정부패에 맞서 시민운동을 하던 중 특혜 비리를 파헤치다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다. 당시 고작 열 살 안팎의 두 아이와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무엇을 먹었고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이며 지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

자신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지냈는지도 몰랐을 시간. 가장이 사라진 집에서도 밥은 계속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 온도가 예전과 달랐겠지만. 그녀가 해주던 밥과 그것을 받아오던 가족들 그들이 삼켜오던 밥 한톨은 그 시간의 무게는 과연 어땠을까?

‘밥을 지어요’ 눈물과 기쁨이 반찬이 되기도 하는 우리의 밥 한끼의 이야기

그녀가 담아낸 요리와 그 이야기 속에서 삶과 음식은 이미 밥을 뛰어 넘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웃으며 세상사를 외면하는 사이. 누군가 사회를 위해 나서며 싸우는 사이 강자의 편에서서 조롱하며 그들의 힘든 시간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반성의 시간도 느낀다.

우리가 잊어왔던 일상의 밥 한끼. 우리가 흔히 먹는 밥이 때론 눈물을 반찬으로 때론 기쁨을 반찬으로 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의 내용처럼 이제 자신의 삶의 기록에 담긴 밥 한끼의 웃음과 눈물이 담긴 기억여행을 떠나 봐도 될 듯하다.

우리도 오랜 시간 뒤에 저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 반추해 보면 어떨까? 그동안 그녀가 살아오면서 지은 밥엔 담긴 눈물과 웃음 그리고 그 요리들.

그녀는 오늘도 다시 밥을 짓는다. 그녀는 오늘도 그의 진솔한 내면과 마주하고 싶거나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을 때는 화전을 부친다. 마을 뒷산에서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해 진달해 향기에 취한 여리디 여린 그 시절의 어린 소년을 꼬옥 안아주기 위해.

“우리가 그동안 지어온 우리의 밥 한끼는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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