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희망고문> 완생의 희망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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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미생이 전해주는 한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딱 한가지. 그것은 바로 <희망>’ 

 tvN 금토드라마 <미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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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틀과 스토리로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tvN 금토드라마 미생. 그 대단원의 마지막 대국 20국(20회)이 끝났다.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큰 반향을 일으킨 이 드라마는 이후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고 기억될 것이다. <미생>은 사실감 높은 묘사와 드라마의 명대사들로 감동을 선사했다. 그 마지막 대국 또한 현실의 일상과 이상을 넘나들며 일반 드라마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생>의 결말은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개인들의 합리적인 방법은 무력했고 회사라는 조직의 시스템은 강했음을 처절히 보여줬다. 그러나 그 틈에서 어둡지 않고 낯설지 않은 희망을 전이시켰다. 그 동안 우리에게 해온 희망고문을 기대치 못한 하나의 희망으로 표현시켜 주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길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장그래의 독백처럼, <미생>은 우리에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강조한다. 가장 약자였던 그가 마지막 대국에선 이렇게 ‘완생’으로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미생’은 끝났지만 현실 속 미생의 삶은 남았다

“요즘 참 시간 안 가네요. 쏜살같이 가는게 시간이더니. 재미없네.”
“넌 아직도 일에서 재미를 찾니?”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의 외로운 우문에 깊은 한숨을 토해내는 천관웅 과장(박해준 분). 이내 곧 김동식도 떠나고 혼자 남아 이리저리 손으로 책상을 쓰다듬는 그. 힘겨운 얼굴로 어깨를 ‘괜찮다’는 듯 들썩인다. 힘내려는 들썩임과는 반대로 그 무거움이 침울한 화면으로 전해진다.

 tvN <미생> 20회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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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존재하는 곳 회사. 그런 사람 사는 회사에 희미해져 가는 ‘인간적인 모습들’. 인간적인 사람들이 현실 속에서 점점 흐릿하게 사라져가고 있다. 내 주변보다 자기 자신 하나 건사하기 힘들어진 시대. 그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들. 인간적으로 살기엔 너무도 각박해져 버린 무서운 상황들.

돈버는 것이 목적인 회사. 그 잔혹한 욕망 속에서 삶의 목표까지 잃어버린 현실.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여 벌어지는 잔혹함들. 그러한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 사람은 뒷전이고 유리창이 반짝거리는, 회색 빛 건물만 남는다. 그리고 원 인터내셔널을 떠날 수 없는 천관웅과 다른 이름과 다른 모습을 가질 또 다른 장그래들이 남았다.

가혹한 회사는 과연 우리를 지켜줄까?

햇살 아래 선 장그래. 하지만 따스한 햇살은 그를 외면하듯 비추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무심히 회사 밖을 바라보는 그래. 쓸쓸히 홀로 이리저리 사무실을 둘러보며 회사에 뭍은 자신의 기억들을 회상하는 그래. 회사 안은 어둡지만 자신의 기억만은 밝고도 강렬하다.

장그래는 무거운 어깨를 들고 이방인의 모습으로 회사를 돈다. 사무실에서 가슴에서 우러난 눈물을 글썽이는 장그래. 그 뜨거운 눈물과 반대로 삶의 전부인 회사는 잔인하고 가혹하다. 회사 속의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도 떠나며 바람처럼 날아간다.

그에게 가혹한 희망고문은 끝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결국 정규직의 자리는 결국 정규직의 자리일 뿐이었다. 노력하는 계약직 장그래의 것은 아니었다. 선지영 차장(신은정 분)의 무거운 눈빛을 슬픈 웃음으로 수긍하는 장그래. 고개를 떨구는 팀원들.

원 인터내셔널을 자기회사라 여겼던 장그래. 동기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양보했지만 결국 그는 이방인이었다. 2년 여간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그는 그저 계약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회사는 야멸차고 가혹한 집단이었을 뿐이다. ‘가리워진 길’이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가혹한 회사는 또 다른 장그래를 내세울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인자한 웃음을 뒤로한 채 그 뒤로 치밀하게 숨어버릴 것이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tvN <미생> 20회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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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잊었다고 꿈이 꿈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길이 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은 이야기한다. 늘 다른 시선으로 일의 이면을 보던 장그래를 옆에 두고, 훈수를 한다. 그도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터인 회사에서 몸으로 부딪혀 가며 깨달은 그의 지혜는 현상을 날카롭게 바라보게 했다. 현실 속에서 그도 장그래도 처절하게 싸웠지만, 거대한 회사에서는 두 사람 모두 ‘미생’으로 마감되었다.

드라마는 현실은 추악하지만, ‘미생’의 인생들로 아름다워지는 모순된 상황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희망이 가득해 보이는 완생의 꿈을 전해 주었다. 드라마의 마지막 조언이 현실 위로 남는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난 길과 같다. 지상에는 원래 길이 없었다.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

오차장은 루쉰(<아큐정전> 등을 쓴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자-편집자 주)의 말을 들려줬다. 루쉰의 말처럼 희망은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루쉰은 말했다. “세상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두 유에서 유를 창조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딱 한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덧붙임.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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