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서도 현실에서도 아직 진행형인 우리들의 ‘가리워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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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이 또다시 자체시청률을 최고치를 경신하며 열기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덧 공중파도 어려운 시청률 10%대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현실에 존재하는 ‘계약직’이라는 불안함, 그것을 <미생>은 날 것으로 던져주고 있다. 현실을 넘어 현실보다도 더 현실같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때우면 되지 않을까요?”

그냥 지나가는 아이디어로 정답은 아니지만 자원팀 문제의 해답을 던져준 장그래(임시완 분). 그는 늘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원인터내셔널의 2년 계약직 사원이다. 이는 회사가 걸고 있는 기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그가 이런저런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회사는 놀란다. 그의 예상을 넘는 능력은 회사의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정규직이 될 수 없는, 그저 계약직 사원이다.

어쩌면 가장 ‘정상적’이지 못한 교육을 받은 그가 신입사원 중 가장 쓸모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기대하고 원했던 교육을 받은 이들은 오히려 자신의 위치에서 좌불안석이다. 실력있는 장백기(강하늘 분)는 자신의 실력을 어디에 발휘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모든 면에 뛰어난 안영이(강소라 분)는 남성 중심 조직이라는 틀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기가 어렵다.

잘못된 분노의 방향…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5일 방송된 tvN <미생>의 한 장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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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정말 더럽네. 빽으로 들어오고, 빽으로 시험 붙고, 빽으로 지 맘에 안드는 사람 짜르고, 빽으로 아이템을 따요? 그새끼 하나 살리자고 우리 중에 하나가 희생된 거, 사실이잖아요?

장그래가 우리라고 생각해요? 걔는 걔고 우린 우리고. 공평한 기회? 걔가 어떻게 우리와 공평한 기회를 나눠요? 울 엄마가 나 학원보내고 과외 붙이느라 쓴 돈이 얼만데. 울 엄마가 고생이 얼만데. 이거는 역차별이라구요.”

장그래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이상현(윤종훈 분)과 그 말들을 듣고 있는 장백기. 어쩌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로 넘어갈수도 있는 2년 계약직 자리조차,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진짜 약자를 혐오하고 혜택 받은 그들이 자신이 약자라고 착각하는 이 모습이, 어쩌면 우리사회에 가장 혐오스러운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이들은 실상 자신보다도 약자인 장그래를 더럽고 불공정한 강자로 포장해서 공격한다. 이들이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의 대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들보다 모든 면에서 약자인 장그래가 자신들보다 약간의 배려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할까?

방향이 틀렸다. 그들이 통렬히 화를 내야 하는 상대는 계약직 장그래가 아니다. 계약직이라는 일에 절박하게 매달려야만 하는 장그래를 비롯해 그 장그래가 자리를 빼앗었다고 믿는 자신들을 만든 이 사회. 바로 이 사회가 분노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순간순간을 절박하게 만든 사회와 ‘가리워진 길’

 5일 방송된 tvN <미생>의 한 장면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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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족한게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장백기씨보다 훨씬더 많은 순간 순간이 절박합니다.”

항상 순간 순간이 절박하다고 말하는 장그래. 그 절박함은 장그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장백기도 자기 나름의 절박함이 있고, 안영이도 자신만의 절박함이 있다. 한석율(변요한 분)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원인터내셔널 속 모든 직원들에게는 자신만의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미생> 속 모습과 같다. 절박함이 사방에 널려 있는, 처절한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 드라마는 조언한다. 선배의 회사에서 물건을 팔지 못한 장백기와 한국기원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고 나오는 장그래처럼, 익숙한 것에 기대지 말라고. 스스로 맞서고 헤쳐 나가라고.

그리고 드라마는 어색하게 겉돌았던 장백기와 장그래 그 둘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매서운 세상에 함께 하라 말한다. 그 차가운 화면의 배경에 깔린 노래는 우리들의 이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보일듯 말듯 가물거리는 / 안개속에 쌓인 길 /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 무지개와 같은 길 /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 둘러 보아도 찾을 수 없네” (‘가리워진 길’ 가사 중)

1987년 발매된 고 유재하의 노래가 아직도 현재의 우리에게 동일한 감성을 전해주는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과거 자신의 보이지 않는 듯한 길을 고민했던 어느 가수도, 2014년을 살아가는 현실의 우리들까지도, 아직도 가리워진 길에 놓여있다. ‘가리워진 길’은 이렇게 드라마 <미생>에서도, 현실에서도 아직 진행형이다.


<인터넷뉴스팀> gk1news@hanmail.net / cnn042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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