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속에서 찾은 희망’낡은 고철 뒤에 피어나는 날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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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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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 되어가는 고물상에서 희망 찾아가는 고물전문가 김동희 사장

기름에도 향기가 있을까? 맛있는 요리는 우리의 미각을 흔들어 놓는 향이 있다. 반면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하며 손때 뭍은 고물에게도 거친 기름향이 있다. 사물이 소멸할 때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듯 흔적을 남기는 거친 기름향. 그 거친 기름향이 가득한 폐기물들이 모인 곳 고물상. 그곳에는 이미 고물이 되어 그들의 흔적을 기억하는 폐기물들이 모여 있다. 고물들이 모인 그곳. 고물상에서 나는 기름 냄새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2일 기름 향 가득한 곳에서 고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사람을 만났다.

“거의 구걸하다시피 했죠. 2년 전만 해도 여기서 많이 잤어요”

그는 씨익 웃었다. 몇 년이나 되었을까? 그는 전 직장을 그만둔 후 우연한 기회에 이 계통일을 하게됐다. 직접 고물상을 하기 전에는 1톤차를 몰고 다니면서 공업사, 카센터를 뒤지고 다녔다. 구걸하다시피 자동차부품인 폐배터리, 제네레이터, 하체 부속 등 수리하고 내놓은 부품들을 수집하고 다녔다. 대신 카센터에서 필요한 공구 같은 걸 갖다 주고 바꿔가지고 왔다.

그렇게 하다 이렇게 직접 고물상 차린지 벌써 6년이 되간다. 그가 직접 이렇게 차리게 된 첫 계기는 몸에 탈이났기 때문이다. 고물상을 차리기 전 본인이 직접 1톤 차로 다닐 때는 고물들을 직접 올리고 내리고 하니까 어느순간부터 허리가 약해지고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엎친 데 덮친 듯 인대도 찢어졌다. 그래도 그는 배운게 고물 쪽이라 이거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다른 업종 차리는 건 생각도 안했다. 그저 “내가 직접 차려서 하면 되겠다” 싶어 모험을 감행했다. 집이며 모며 가진 것 다 털어 쏟아부었다. 그날 이후 김 사장은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고물들 속에서 자신을 지켜준 가족과 주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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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매일 여기 컨테이너박스 쇼파에서 먹고 잤어요. 애들과 애엄마는 지하단칸방에서 살았죠. X냄새가 나는 그런 방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미안하죠. 아들 군대 가기 전까지 단칸방에서 4명이 같이 지냈어요. 근데 막내가 토요일만 되면 다른데서 자고 오는 거에요. 친구들 집에서. 애들 엄마가 막 모라고 하면 첫째가 옆에 있다가 한마디 해요. 엄마 같으면 방이 이런데 여기서 자고 싶겠냐고.”

그는 잠시 찌든 먼지가 쌓인 컨테이너 한 구석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이라 추우니까 정말 말로 할 수 없겠더라구요. 지붕도 그냥 판넬을 얹어놓은 거니까” 라며 아직도 그 추위가 기억나는지, 아니면 아이들에게 미안함이 남아있는지 부스스 몸이 흔들렸다. 그는 “다행히 재작년에 집을 하나 빚내서 샀다”며 “이제는 가족이 함께 살수 있게되었다”고 여린 미소를 지었다.

“여자들은 먹을 거 제대로 먹어가면서 일해야 해요. 그렇게 못하고 날이 춥던, 덥던 애엄마는 늘 나와야 하니까 고생이 많았죠. 게다가 7년 전에는 애엄마가 암으로 고생을 했어요. 그 당시 많이 심란했죠. 그래서 어쩌면 그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거 같아요.”

그는 “애들 엄마가 제일 고생많았다”며 까만 피부 속 하얀 눈을 내내 깜밖거렸다.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할 땐 잠시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의 책임감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들이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을 스쳐갔다.

현재 그의 부인은 다행히 이제는 완치된 상태다. 그는 아마 그 병도 자신 때문에 생겼을 거라며 두 눈을 연신 깜빡거렸다. “애엄마 암 걸리며 힘든 고비가 있었고, 사업도 고비가 있었고 그랬죠”라며 “가지고 있던 것들 팔고 애들 학비도 못내고 지하로 이사가고 하면서 그때가 참 힘들었다”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특히나, 외국의 한 대학에 붙은 아들이 엄마가 (암으로)아프니까 “저 쉴래요”하면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는 “참 많이 미안했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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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어렵게 사는 걸 주변에서도 잘 알고 있었다. 사업이 커가면 주변사람들이 시기할만도 하지만 오히려 돈 많이 벌어가라며 그를 응원했다. 그는 힘든 시간을 버텨가며 늘 주변에 감사했다. 기존에 같이 1톤차로 고물 수집 했던 주변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비싸게 가격 쳐줘도 자신한테 고물 가져다 주는 걸 보며 그는 너무도 감사했다. 그들은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 김 사장에게 한번 힘내서 해보라고 응원도 해줬다. 근처 지역에서 사업하는 분들도 자신을 많이 도와주셨다며 연신 감사함을 전했다.

“저는 사람을 어떻게 알게 되었던지 사람을 버리지 않아요. 한 사람을 통해서 10사람, 100사람이 생긴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의 경험 때문인지 사업에 가장 중요한 것을 인간관계로 꼽았다. 자신은 예전부터 객지생활을 해왔다며 자신이 깨달은 것은 “한번 알게 된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인연을 통해서 또 다른 인연이 생기 때문에 사람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폐지취급하지 않는 그의 고물상 폐지 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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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하루 15,000~2만원정도 버세요. 적은 분들은 3~4천원도 버시구요. 요새 1kg에 75원 정도 받아가세요. 1킬로면 신문 3부정도 무게죠.”

그는 원래 폐지를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오는 폐지노인분이 헛걸음 하시는게 걱정되어 일부러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거의 마진 없이 드릴려고 노력한다. 폐지 수거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보통 잘 벌어야 하루 1.5~2만 정도를 버시기 때문이다. 적은 경우에는 하루 3천원 버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현실을 보고 주변을 파악해보니 그분들이 다들 어렵게 살고계신 걸 알게됐다. 그 자신도 여유롭지 않지만 모른 체 하기가 쉽지 않았다.

폐지수거 하시는 분들은 그날 벌어 그날 생계유지하시는 분들이다. 그게 바로 그가 폐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다. 자신이 큰 도움이 못 되도 계속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거운 폐지를 들고 오신 분들을 헛걸음 하게 하는 건 그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간혹 자주 오시던 분들이 슬그머니 안 나타날 땐 걱정도 된다. 그럴 때면 그는 수소문해서라도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도 한다.

올 초 갑자기 한 분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분. 한 동안 안보여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히 요새 다시 오신다며 안도하며 최근의 근황까지 알려줬다. 아들과 누이와 같이 사는 그 노인 분은 하도 어렵게 사니까 시청 청소과에서 그의 아들에게 작은 일자리를 마련해줬다고 한다. 게다가 이제는 시에서 전세융자까지 받아서 방 얻어서 사신다는 소식까지 알고 있었다.

가난한 고철들과 함께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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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해오던 것과 달리 몇 가지 품목으로 특화해서 주식회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폐배터리와 알루미늄로 특화하려고 한다”며 “광주는 알루미늄휠이 다 외지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부분을 특화해 보려고 한다며 자신의 추후 목표를 제시했다. 특화하려고 하는 건 그저 자신을 위한 수익을 내기위함만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를 응원하고 지켜줬던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다. “적은마진에도 물건을 (자신에게)가지고 오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마진을 드리기 위해 특화해서 수익을 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조금씩 쌓인 고마움을 갚아나가고 싶어 했다.

여기가 고향은 아니지만 그는 이미 토박이보다 더 토박이 같은 충청도 사람이었다. 벌써 이곳에 온지 30여년. 64년생 용띠. 아직 많다고 보기도 그렇다고 적다고 보기도 어려운 나이. 늦은 시간. 그가 밝게 웃는 모습 뒤에서 수많은 고물들의 희망이 전해졌다. 낡고 버려진 고철들 뒤로 그의 희망이 자리 잡았다. 이날 가난한 고철들은 잠시 꿈을 꾸었다. 김 사장의 곁에서.

한때, 고물사업이 각광받던 적이 있다. IMF시절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저성장 상황 속에 재생물품 관련 산업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허나 장밋빛 현실은 짧았다. 현재 전국을 제외하고 광주지역에만 등록된 고물관련업체가 400여개가 넘는다. 하지만 이들 중 몇 업체가 얼마나 성업 중인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아직 꿈을 꾸며 희망을 잃지 않는 김동희 사장.

김 사장의 고물상. 그곳엔 누군가의 기억의 손떼 뭍은 것들이 가득했다. 새것,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사용되다 온 것들. 고물상은 그 효용이 소멸되어 버려진 것들을 모아서 비로소 그들의 가치를 찾아냈다. 버려진 것들이 버려지지 않은 것들을 구원하는 그 곳 고물상. 깨끗하지 않고 정갈하게 정돈 되있지 않지만 그 곳에도 다른 모습의 기름의 향이 존재했다.

검은 냄새가 나는 고물상. 탁하게 검은 색을 안고 있는 그 곳. 낯설지 않은 얼굴을 한 고물상.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았다. 누군가의 기억을 담은 고물들과 함께.

<www.ohmynews.com>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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