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이 시큰거리는 나이, 섹시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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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리뷰] 책 <마흔 이후, 인생길> 경쟁 대신 소통 택한 인생, 더 다채롭다 – 정태승 기자

 

추석 연휴 중 하루인 지난 9일 치악산을 다녀왔다. 비석사를 통해 오르는 코스. 해발 1200미터 정상을 찍고 내려왔다. 몇 달 만의 산행은 마흔 중반의 무릎과 발목이 관절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시큰거리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정신은 아직도 학창 시절에 머물고 있는데 몸은 중년의 나이를 실감하게 하는 요즘이다. 석 달에 한 번 씩 염색해야 하는 일 등은 무덤덤하게 넘어가지만, 상한 어금니를 빼고 잇몸에 나사를 박으면서부터는 상실감과 무력감으로 자기 연민에 빠졌다.

학창시절과 신입사원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30대에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과장되고 부장되는가 싶더니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됐다. 일과 가정 생활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독서와 취미 생활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눈은 침침하고 집중력은 뚝 떨어졌다. “두렵다”고 느껴지는 때도 가끔 있다.

그러던 중 책 <마흔 이후 인생길>을 만났다. 저자 한기호는 출판전문가인데 ‘독서모델학교’ 설립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학생들이 공독(共讀)을 통해 존재의 소중함과 세상을 이겨낼 지혜를 얻게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머릿속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는 자녀들의 교육과 불안한 미래 그리고 돈, 또 수시로 찾아드는 외로움과 쓸쓸함 (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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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대로 지금의 아이들이 각자 지혜를 쌓으며 자란다면 현재 중년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자에 따르면 불혹의 나이인 40대는 굳건해야 한다.

386세대라는 말이 처음 유행했던 시기는 2000년을 몇 년 앞둔 때다. 386세대는 30대의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별칭이다. 이 386세대는 이제 486이 됐고 후배들인  30대는 이케아 세대라는 별호가 붙었다고 한다.

스웨덴 가구브랜드인 이케아는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은 좋지만 다소 떨어지는 내구성 때문에 집을 옮길 때마다 버려질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지금의 30대들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대학, 학점, 어학 연수, 특별 활동 등으로 스펙을 쌓은 이들의 운명. 회사에서 단물만 쪽 빨리고 용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일 것이다.

2000년 이전 소득 상위 10%의 인구가 자본의 90%를 장악하던 사회가 21세기에 들어서  1% 대 99%로 극단화되면서, 대부분 사회구성원의 삶은 강퍅해지고 말았다.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사람들은 무기력해졌고 삶의 희망을 잃기도 했다.

오히려 그래서일까. 따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책 읽기에 심취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독자들은 이제 자기계발서에 속지 않고 삶 자체를 들여다 보기 위한 인문학 관련 서적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인간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저자는 자기계발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원석과 노명우 등의 입을 빌려 자기계발서부터 버리자고 말한다.

자기계발서는 ‘계급 법칙’을 숨긴다. 성공과 실패는 자기계발서의 논리 속에서는 사람의 태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지만, 그 책이 놓여 있는 사회에서 성공과 실패는 계급법칙을 따른다. 성공하도록 예정된 사람과 실패하도록 예정된 사람으로 나누어진 세계가 오히려 사실에 가깝다. (99쪽)

저자는 김영수의 책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을 통해 선현들의 공부법은 바로 ‘책 읽기’라고 강조했다. 그 공통점으로 꼽은 여덟 가지 공부법을 소개한다.

1. 언제 어디서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2. 어릴 때부터 죽는 날까지 독서 하는 습관을 지킨다.
3. 책을 아끼고, 좋은 책은 몇 번이고 읽으며 평생 소장한다.
4. 보고 싶은 책은 빌려서, 찾아서, 구해서 , 베껴서, 사서 반드시 본다.
5.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의 삼위일체 독서를 행한다.
6. 옛 책과 새 책을 같이 중시한다.
7. 읽는 데 머무르지 않고 깊은 사색을 강조하고, 사색을 통한 문제 제기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8. 여행이나 현장학습을 함께 중시한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국에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는 전망을 내놨다. 취업, 연애, 결혼, 출산의 정규 코스를 이탈한 젊은 사람들도 대폭 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결국 고령 인구 대부분이 가난과 질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우울한 예측이 현재로써는 지배적이라고.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앞으로 사회구성원들은 120세까지 살면서 평생에 걸쳐 직업을 약 여덟 번 바꾸게 될 거라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무한 경쟁의 트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독서가 취미나 스펙 쌓기 용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일리 있다. 어려서부터 책을 함께 읽으면서 공독(共讀) 토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란도란 책 모임>의 저자이자 국사봉중학교 교사이기도 한 백화현은 “다섯 명 단위의 책 모임 10만 개를 꾸릴 수 있다면 학교 교육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에게 함부로 하기 십상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집단 따돌림, 집단 폭력, 자살 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성적보다 더 중요하고 진로 지도보다 더 근본적인 것, 그것은 ‘존재에 대한 성찰과 만남’이라 생각했다. (263쪽)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다음 세대를 기약할 수 없는 고령 사회에서 어떤 암담함을 느낄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관절이 시큰거리는 나이라도 ‘건강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 불안하거나 우울하진 않을 것이다. 진정한 공부(독서와 공독)를 통해 생각을 나누고,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저자가 준비하는 독서모델학교가 성공하길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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