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는 왜 ‘브레이브 하트’가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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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디어리포트 뉴스> 박정훈 기자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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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도>로 충무로 영화계가 시끄럽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 <범죄와의 전쟁>을 본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 그렇지 유쾌한 영화라는 평이 있는 반면, 강동원을 위한 영화, 특이한 플롯과 내레이션 등의 장치 등이 거슬린다며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군도>는 영화의 대중적인 가치와 새로운 실험의 가치의 경계를 흔들었다.

사실 <군도>는 예고편의 막강함으로 기대치가 상당히 컸다. 배우들의 보여준 기존의 커리어와 감독의 역량까지 그 기대감이 현장 객석에 전해졌다.

<군도>의 러닝타임은 137분으로 꽤 긴 편이다. 관객에 대한 지나친 배려 때문이라고나 할까? 극 중간 중간 상세한 내레이션과 상황에 대한 부연 영상까지, 친절함이 조금 과한 감이 보인다. 과한 것은 탈이 나는 법인가? 내레이션과 상세한 부연 영상들은 과도한 친절함으로 관객을 부담스럽게 만든다. 감독의 실험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쾌하게 풀어낸 이 액션사극은 거칠고 강렬하게 몰아붙인다. 단역과 아역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은 평균 이상의 연기력을 보인다. 하정우(도치 역)가 안정된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고, 강동원(조윤 역)의 화려하고 세련돼서 우아해 보이기까지 한 영상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이성민(대호 역), 이경영(맹추 역), 마동석(천보 역), 조진웅(이태기 역), 윤지혜(마향 역) 등 조연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관객의 시선을 잡아준다. 게다가 시선을 내내 끌고가는 영화적 연출까지, 영화의 모든 부분들이 일정수준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영화의 흠결들을 없애주는 수많은 장점들이 있다.

무참하게 잔인하고 우아한 칼날, 결국은 돌고 도는 선과 악

<군도>는 양반과 탐관오리들의 수탈이 극에 달한 조선 철종 13년(1862)이 배경이다. 지리산 산적 ‘추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시의 고통스런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유쾌하다. 하정우를 필두로 무겁지 않고 신명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강동원의 세련되고 고상한 액션은 선명한 시각 미까지 전해준다. 영화는 짧게 끊어 치는 펀치를 날리고, 링을 빙빙 돌다 크게 한방을 날리는 아웃파이팅의 모습으로 진행해 나간다.

서극의 칼을 닮은 하정우의 쌍칼, 강동원의 큰 키를 나타내는 듯한 긴 장검의 액션신은 그 자체만으로 시각적으로 짜릿하다. 그 둘의 칼은 위선과 허구에 가득 찬 세상을 조롱하며 때론 그러한 자신들에게 칼질을 하는 듯하다. 이렇게 칼질된 가슴에 서부영화에 등장할 법한 황야의 배경과 웨스턴 스타일의 영화음악이 깔린다. 그들은 관객들과 극 중 인물들을 치유하듯 폐부에 직선으로 다가온다.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의 조윤(강동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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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치의 쌍칼과 조윤의 칼날, 그 둘이 휘두르는 칼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칼과 쌍칼의 차이는 아니리라. 도치의 복수심이 담긴 칼끝과 조윤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휘두르는 칼날의 차이는 무엇인가? 조윤은 탐관오리인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위해 칼날을 휘두르고, 도치는 자신의 무지로 인해 죽은 가족들의 복수를 위해 휘두른다.

애초 탐욕으로 휘두르게 된 칼들이다. 도치는 큰돈을 준다는 말에 자신의 탐욕을 감추지 않고 살인을 하려고 하였고, 조윤은 아버지에게 탐욕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휘두른 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된 칼들의 방향으로 이 영화는 진행된다.

그 둘의 칼날 속에는 마치 선과 악, 또는 선량함과 흉포함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민란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영화는 선과 악, 이기고 지는 것이 돌고 도는 것이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론 버거운 상황에 누구나 악함을 갖고, 천진한 아이의 웃음에 선한 품성이 나오기도 하지 않는가?

한국판 <브레이브 하트>가 되길 기대한 <군도>

처음 영화는 황야에서 시작된다. 황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인다. 그 곁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시신들. 그렇게 이 영화는 당시 백성의 피폐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부패한 양반의 삶은 풍요롭다. 즐겁고 요란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영화 <군도>는 시작된다.

‘민란의 시대’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군도는 피폐해진 삶에 반기를 든 백성들의 이야기이다. 예고편만으로 영화는 억압된 현실을 탈피하는 자유를 던져줄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예고편에 등장했던 도치와 산적 ‘추설’의 무리들은 투사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마치 1995년 대히트를 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멜깁슨이 연기한 전사의 모습처럼. 나는 어쩌면 무의식중에 <군도>가 오락성보다는 좀 더 진정성을 담은 <브레이브 하트>가 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허나 <군도>는 이미 용기와 결단을 한 듯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이미 윤종빈 감독은 14일 언론시사회에서 오락영화를 만든 제작의도를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집단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그런 것들을 뛰어넘고 치유해 주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예고편은 완전한 오락영화보다는 오락성이 가미된 서사시적 치유영화의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서도 그 바람은 진행형으로 다가왔다.

<군도>는 그 시작이 <브레이브 하트>와 닮은 구석이 있다. 두 영화 모두 부패한 시대상으로 인해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평범한 한 개인이 가족과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변해가는 모습조차 흡사하다. 허나 풀어가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의 지배를 받는 고통의 시대를 배경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마감된다. 명작의 반열에 오른 그 영화는 수많은 눈물과 웃음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마지막에는 관객들에게 ‘자유’라는 묵직한 한 단어를 남긴 채. 그렇게 영화는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 되어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의 일생보다는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반면 <군도>는 처참해 보이는 영화 속 고통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유쾌하고 자유롭게 풀어간다. <브레이브 하트>가 서사시적 느낌이라면, <군도>는 메시지보다는 각각의 개인들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오락영화의 성격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극에 서부영화의 장점을 가미시킨 점은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친절하고 빈번한 설명과 내레이션조차 흔치않은 설정이다.

그리고 두 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또한 모든 출연배우들의 매력까지도 표현해주었다. 이렇게 너무도 장점이 많아서 일까? <군도>는 <브레이브 하트>처럼 ‘자유’와 같은 하나의 메시지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멋진 대사들은 많았으나 강렬하지 못했다.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요”라는 구호, “오늘날 백성을 다스리는 자들은 오직 거두어들이는 데만 급급하고 백성을 부양할 바를 알지 못하니 슬프지 아니한가”라고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구절을 읽는 대사, 도치를 지리산으로 데려간 대호의 “사람답게 살고 싶으면 타거라” “우리는 형제였다” 등의 대사 등은 다들 깔끔했지만 강렬하게 남지는 않았다.

허나 감독의 말대로 유쾌한 오락영화를 지향했음을 상기한다면 <군도>는 티켓 값을 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화려한 볼거리의 액션과 코믹요소, 배우들의 열연은 이 영화 자체의 매력을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이미 시각적 만족을 채워줄 오락영화로서는 충분하다. 다만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조금 더 기대하는 우리들의 심리가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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